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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less
2024-12-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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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less, 나를 잠시 버리는 기술

30대가 되고나서부터 무엇이든 관찰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가까이에서는 부모님과 친구들과 대화할때 상대가 어떤 주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슷한 주제의 내용이더라도 전개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혹은 대화를 나누는 장소나 직전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따라 지금 나누는 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도 하고, 멀리에서는 식당 점원과 대화를 나누는 나이대가 있는 사람, 회사에서 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동료를 보기도 한다. 딱히 관찰을 하고싶어서라기 보다, 생각보다 인간도 매사에 얼마나 동물만큼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느끼고 나서 나 그리고 내가 볼 수 있는 주변 사람들도 얼마나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알고싶은 마음에서였다.

편견과 가치관의 형성

한 사람의 자아에는 지금껏 살면서 생긴 일들과 경험이 빚어낸 가치판단, bias, 명제들이 지층처럼 켜켜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 지층은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가치관을 만든다. 우리 정신에는,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흡수한 명제들, 학교와 미디어에서 "당연"한듯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명제들이 부지불식간에 아로새겨있다.

일상에서 이 가치관이나 이미지에 반대되는 말을 듣거나 영상을 보면 바로 거부감과 부정적인 감정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그래서 지금 이 말이 어떤 다른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 내가 이걸 편견과 필터없이 받아들이면 어떤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될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최소한 이런 가능성들에 대해서 까막눈이 되어버린다. 이건 의지와 별개로 뇌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현상이다. 동물은 이 bias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존한 것이므로 우리 뇌도 이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다각적으로 편견을 바라보기

좋은 측면에서는, 이 에고에서 비롯된 강력하고 재빠른 반응 및 판단은 생각과 판단 과정을 효과적으로 건너뛰어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해준다. 나쁜 측면에서는, 이성이 개입해 메타인지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이 통째로 스킵되기 때문에, 명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논리를 전개했을때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고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 조차 매번 무시하게 되는 점이 있다.

육체적 성장, 정신적 성장, 지적 성장 등 모든 성장에는 고통이 항상 수반된다는 점과 생각의 진전은 기존에 알던 것의 일부를 내려놓고 버림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점, 이 두 사실을 고려한다면 "필요한" 순간에 에고를 잠시 "버리고" 정보를 새로이 해석하는 행위, 내 가치관에 반하는 정보조차 일부 받아들이는 행위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성장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다. 특히 리더쉽을 발휘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평소에는 나의 색깔대로 에고가 충만하게 지내다가도, 내가 필요로 할때 혹은 누군가 진지하게 내 에고가 강렬하게 부인하는 내용을 설파할때 필요한 시간만큼 에고리스 모드를 킬 수 있는 것은 일종의 기어이자 스킬, 능력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번 A 주제만 나왔다하면 잘 걸렸다라는듯 B 라는 의견을 핏대를 세우며 득달같이 말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당장 나만해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수많은 주제들에 대해서 일종의 답 같은 것을 내려놓고 무의식 중에 어디에서건 A -> B 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긴 시간동안 거의 자동화된 판단을 통해서 시간을 절약하거나 빠른 결과를 내놓는 등의 혜택들을 봤기 때문에 뇌에서는 무의식적으로 A -> B 라는 흐름을 고착화시키고 거의 사실처럼 취급하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점점 해가 지날 수록 이렇게 고정된 논리 흐름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고, 거기에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매번 잃기도 하며, 종종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귀담아 듣기 어려워하는 내 모습을 언뜻 인지하다보니, 일생에서 많은 사례와 경험들로부터 추상적인 법칙을 끄집어내는 나이대에 들어설 수록 "나를 내려놓는" 기술이 무척이나 중요해지겠구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요새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 혹은 대화를 하고있는 어떤 사람을 볼때,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으려 노력하는 사람, 상대의 입장과 상황에 자신을 완전히 놓아두고 생각하려 시도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영화에 집중하듯 그 사람이 대화를 하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어쩌면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모습이 귀해서 일지 모른다. 그런 사람과 그런 대화를 눈과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어서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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